의존성 성격장애

예술에서 만난 심리학

영화 <가족의 탄생>으로 보는

의존성 성격장애”의 특징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타인의 존재에 기대어 있다. 서로에게 의지하는 건 가장 인간적인 특성이다.

그런데 가끔 그 보편적 인간성이 정상 범주를 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의존성 성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라고 부른다.

이번 주 휴람에서는 휴람 의료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의 도움을 받아 영화 <가족의 탄생>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의 불완전한 인간관계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소소한 해결책까지 알아본다.

어린아이거나 천사거나. 의존성 성격장애의 두 가지 패턴

정상인은 의존성뿐만 아니라 독립성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의존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는 의존성만 있다. 스스로 판단하거나, 의사결정을 하거나, 자발적으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한다는 것은 이들에겐 순전히 남의 이야기다. 심지어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외출할 때 입을 옷이나 신발을 고를 때도, 어떤 음식을 먹고 쉬는 시간에 어떤 책을 읽을 지까지, 아주 일상적인 의사결정조차 부모나 친구 혹은 연인에게 맡긴다.

많은 성격장애가 그렇지만, 의존성 성격장애자를 움직이는 감정 역시 불안감이다. 이들은 언제나 누군가 자기 곁에 있어야 하는데, 혼자 있게 되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 자신이 내리는 모든 결정이 불완전하고 틀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타인에게 의존하는 건 그 타인이 완벽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일종의 책임회피다. 틀려도 내가 그 책임을 지는 것보다는 내가 의지한 남에게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의존성 성격장애는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무조건 남에게 들러붙고 의지하려는 ‘어린아이 유형’이다. 이 유형은 누가 봐도 쉽게 의존성이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남에게 의존하느라 일상생활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했던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지능이나 생활능력이 충분한 사람도 의존성 성격장애를 보일 수 있다. 이때는 겉보기엔 전혀 의존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을 헌신적으로 돕는 ‘천사 같은 사람’처럼 보인다. 어떤 학자들은 이 유형을 ‘헌신형’ 의존성 성격장애라고 부른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여고괴담2>와 <만추>로 잘 알려진 김태용 감독의 2006년 작품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무책임한 인물들은 크게 셋이다. 문제는 그 중 가장 어린 채현이다. 그녀는 누가 돈이 필요하다고 우는소리를 하면 자기가 가진 돈을 홀랑 다 줘버리고, 쓸쓸하고 외롭다고 하면 언제든 술친구가 되어주고, 아는 사람이 초상이라도 당하면 밤을 새워가며 빈소를 지켜주고,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애인과의 약속도 무시한 채 그를 위해서 달려간다.

제 3자가 보기엔 헌신과 봉사의 현신이다. 하지만 그녀의 문제는 그 헌신과 봉사의 대상에 아무런 변별이 없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의 구별도 없다. 그저 주변의 요구에 거절하지 못하고 응할 뿐이다. 그녀는 그냥 착한 것이 아니라 사리 분별 못하고 착하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의존성 성격장애의 특징이다.

그녀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당신은 매일같이 그녀가 오늘은 또 누구에게 뭘 퍼줬는지, 혹시 불쌍함을 전략으로 내세운 장사꾼에게 속아 쓸데없는 물건을 수십만 원씩 주고 사지는 않았는지, 중요한 집안일은 팽개쳐두고 또 누구를 도우러 나갔는지 걱정해야 할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의 모습도 채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채현처럼 우리도 혼자 살 수 없다. 의존성은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가 점을 보는 이유도, 운명이라는 단어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도 내 인생을 혼자 책임지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다. 문제는 오히려 그 의존성을 부정하려 들 때 생긴다. 흔히 말하는 ‘결정장애’의 순간이 완벽한 선택을 원할 때 찾아오는 것처럼,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불안감이 생긴다. 어쩌면 채현은 자신의 결핍에 가장 정직하게 반응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영화가 마무리될 때 이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연 성장했을까?

채현의 빈약한 자신감과 그로 인한 불안감은 계속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채현은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석을 만났다. 경석이 자신의 두 어머니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채현도 좀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될 것 같다. 게다가 경석을 통해 이어진 강인한 인물, 선경의 영향으로 더 단단해질 것이다. 이렇게 새로이 탄생한 가족은 통상적인 ‘완벽하고 정상적인 가족’과는 한참 떨어져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가족보다도 서로 믿고 의지하며 잘 지낼 것이다 .

WRITE 장근영(심리학 박사)

심리학 박사이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영화를 보고 심리학 칼럼을 쓰며 대중문화와 사회현상을 심리학이라는 큰 바탕 속에서 유연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저서로는 『팝콘심리학』, 『싸이코 짱가의 영화 속 심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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