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 통증과 절뚝거림… 허리 아닌 고관절 질환일 수도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엉덩이나 허벅지가 아프면 가장 먼저 허리디스크나 단순 근육통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타구니 깊숙한 곳에 통증이 있거나 걸을 때 절뚝거리고, 양말이나 신발을 신는 동작이 불편해졌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고관절은 골반의 비구와 대퇴골두가 맞물리는 관절로, 체중을 지탱하면서 걷고 앉고 일어서는 등 하체 움직임의 중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관절은 몸속 깊숙이 위치해 있어 통증의 원인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허리나 무릎 질환과 증상이 겹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5년 고관절증 환자는 9만 3,664명으로, 2020년 8만 5,316명보다 약 9.8% 증가했다. 더 이상 낯선 질환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관절 질환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사타구니 통증이다.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이 만나는 깊은 곳에 있어 통증이 사타구니나 허벅지 앞쪽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엉덩이나 무릎까지 퍼지기도 한다. 초기에는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통증이 나타났다가 휴식하면 호전되는 정도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앉았다 일어나거나 첫걸음을 뗄 때 불편해지고 양말이나 신발을 신는 동작조차 어려워진다. 보폭이 줄거나 절뚝거리는 증상도 이때 함께 나타난다.
환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부분은 허리 질환과의 구분이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도 엉덩이와 다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저림이나 감각 이상, 다리로 뻗치는 방사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고관절 질환은 사타구니 통증과 관절 움직임 제한이 두드러진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고령층에서는 척추와 고관절 질환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진찰과 영상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으로는 퇴행성 고관절염을 꼽을 수 있다. 연골이 손상되면서 관절 간격이 좁아져 통증과 뻣뻣함, 움직임 제한이 나타나며,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높아진다. 고관절 손상이나 선천적·발달성 고관절 이상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라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주의해야 한다.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진행하면 대퇴골두가 무너져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과 과도한 음주 등이 주요 위험요인이며, 초기에는 증상이 가벼울 수 있어 의심되면 MRI 검사를 권한다.
젊거나 활동량이 많은 환자에서는 대퇴비구 충돌증후군도 종종 확인된다. 고관절을 굽히거나 회전할 때 뼈가 반복적으로 충돌해 관절순이나 연골을 손상시키는 질환으로, 주로 깊은 사타구니 통증이 나타나며 쪼그려 앉거나 고관절을 깊게 굽힐 때 심해질 수 있다.
치료는 원인과 진행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퇴행성 고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운동·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접근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역시 골두가 무너지기 전이라면 관절 보존 치료가 가능하지만, 골두가 붕괴하거나 관절염으로 진행돼 통증과 거동 불편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경우라면 인공고관절 치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야 하며, 걷기, 수영, 실내 자전거 등 관절 부담이 적은 운동을 권한다. 통증이 있다면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고관절 통증은 초기에는 쉬면 호전돼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되면 걷거나 앉았다 일어서는 등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타구니나 엉덩이 통증이 반복되고 관절 움직임이 줄거나 절뚝거림이 나타난다면, 허리나 무릎 문제로 단정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 원인과 진행 단계에 맞는 치료를 시작하시길 권한다.
■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형외과 윤형조 진료부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