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예술에서 만난 심리학

인상파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전 생애를 우울증과 함께 살아간 화가다. 특히 그의 작품 <귀를 붕대로 감은 자화상>은 우울증이 극에 다다른 고흐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주 휴람에서는 휴람 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의 도움을 받아 강렬한 색채로 내적 갈등을 드러낸 고흐의 삶과 우울증에 대해 살펴본다.

고흐 <귀를 붕대로 감은 자화상>을 통해 본 우울증

우울증을 짊어지고 산 고흐

<귀를 붕대로 감은 자화상>은 고흐의 우울증이 극심한 발작 상태에 이르러 자기 귀를 자른 후의 모습이다. 귀를 붕대로 감은 모습의 자화상 두 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화상 자체에 정상적이지 않은 기운이 감돈다. 언뜻 차분한 표정으로 파이프를 물고 있어서 평온한 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귀를 자른 사람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침착한 표정을 짓는 모습 자체가 비정상이다. 강렬한 색 대비도 심상치 않다. 붉은색과 주황색으로 배경을 양분하고 녹색 외투까지 더해 생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겉으로는 침착해 보이지만 무의식에서 격렬하게 꿈틀대는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듯 싶다.

귀를 자른 사건도 충격적이다. 1888년 말부터 고흐는 고갱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고갱과의 동거는 순탄하지 않았다. 고갱이 고흐의 모습을 그린 후 미친 사람처럼 보인다고 하자, 고흐가 격하게 화를 냈다. 화해를 위해 술집에 갔지만 다시 말다툼이 일어났고 고갱에게 술잔을 던졌다. 고갱은 곧 떠나겠다는 통보를 했고, 얼마 후 고흐에 의해 다시 한 번 위협을 느껴야 했다. 고갱은 이날의 일을 “발자국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칼을 든 고흐가 나에게 덤벼들려고 했다. 내가 째려보자 그는 멈추고 집으로 달아났다.”라고 기록한 바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흐는 오른손으로 칼을 잡고 왼쪽 귀를 거의 완전하게 도려낸 후 늦은 밤에 창녀 라셍을 찾아가 신문지에 둘둘 말아 가져온 귀를 건넸다. 그녀는 바로 실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고흐는 곧 병원에 수용되었다.

그의 행동이 우연한 발작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우울증에 시달렸다. 고갱과의 공동 작업을 마지막 활로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의 진행은 예상을 한참 빗나가서 거듭된 갈등에 괴로워했고, 우울증은 오히려 더 깊어갔다. 급기야 고갱이 이별을 통보하자 우울증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고갱에게 칼을 휘두르고 자신의 귀를 자르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정신의학에서 우울증은 저조한 기분 상태를 말한다. 특히 외부 자극과 무관하게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정신병적 우울증’이 문제다. 일상적인 관심과 흥미가 상실되고 식욕이 감퇴하며, 열등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사고와 행동의 장애를 동반하며 사회 대처능력이나 집중력 감소 현상을 초래한다.

가장 파국적인 결말은 자살이다. 고흐도 그 사건 이후 바로 다음 해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우울증은 왜 생기는가?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로이트 중심의 정신분석에서는 가장 중요한 우울증 유발 요인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꼽는다. 남자 아이가 아버지를 증오하고 어머니에 대해 품는 무의식적인 애착을 말한다. 보통은 이 콤플렉스를 자연스럽게 극복하며 정상적인 성애를 갖게 되지만, 극복에 실패한 사람은 우울증을 비롯한 신경증을 앓는다. 프로이트는 성적인 욕망을 중심으로 분석했지만 현대 심리학에서는 성적인 면에 국한하지 않고 어머니에 대한 애착과 아버지와의 동일시 현상 전반으로 보다 폭넓게 설명한다.

고흐의 <성경과 삶의 기쁨>은 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경향을 분석하는 그림으로 자주 거론된다.

큰 판형으로 제작된 ‘성경’과 촛대가 있고, 그 앞에 에밀 졸라의 소설 ‘삶의 기쁨’이 있다. 그런데 그림에 등장하는 두 권의 책은 단순한 정물 소재를 넘어서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고흐는 평생 아버지와 갈등을 빚었다. 원래 그는 목사인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20대 청년기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의 길을 걸음으로써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 아버지와의 동일시가 나타났다. 미술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고흐에게 그림은 어머니의 관심을 받고 싶은 욕망이기도 했다. 종교에 대한 회의와 함께 자신을 구원할 유일한 길을 예술에서 찾으면서 아버지와 갈등이 깊어간다.

10년 가까이 아버지를 뛰어넘어 그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면, 마음 한편에는 미술에 대한 욕구, 즉 어머니로의 회귀가 계속 남아 있었다. 편지에서는 이때의 심정을 ‘나는 아버지의 구체적인 설교보다 밀레의 저 막연해 보이는 그림에서 더 많은 것을 본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즈음 고흐는 다시 문학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특히 자연주의적 경향과 민중에 대한 애정을 담아 작품 활동을 하던 졸라에게 매료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무신론자인 졸라를 미워했기에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림에서 큰 판형의 ‘성경’은 아버지를 의미한다. 비록 그림 전체에서 양적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책도 펼쳐져 있지만 주인공 같지가 않다. 오히려 그 앞에 빛을 받으며 비스듬하게 툭 던져져 있는 졸라의 작은 책에서 더 생동감이 느껴진다. 또한 몇 년 후에 그린 작품에도 졸라의 책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건 확실하다. 아버지에 대한 적의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죽기 직전까지 아버지가 경멸해 마지않던 졸라의 소설을 성경 옆에 두었다는 것만으로도 예술을 향한 지향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연관된 관점으로 해석하면, 고흐는 종교적 도덕률로 대표되는 아버지와의 동일시에 실패하고, 미술로 대표되는 어머니를 향한 집착으로 후퇴함으로써 우울증 경향이 심해진 것이 된다. 고흐의 편지나 그림에서 어머니에 대한 성적인 의미의 욕망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목회자의 길에 몰입하던 청년기와 화가로 성공을 꿈꾸던 이후의 삶이 절벽에 가까운 단절 경험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두 길이 부모와 연결된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고흐는 한 점의 미술품도 팔지 못할 정도로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고갱을 통한 마지막 희망도 좌절되는 상황에서 우울증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자기 귀를 자르는 발작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개연성은 충분하다. 고흐의 작품과 삶을 보며 성장과정에서 억압된 무의식에 대한 정신적인 분석, 억눌린 소망의 해소를 통한 정신적인 치유 과정이 우울증 치료에 동반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

write 박홍순(인문학 작가)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인문학을 넓히는 활동을 해왔다. 저서로 <미술관에서 만난 심리학>,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수업>, <미술관 옆 인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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