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췌장암 진단, 사형선고 아냐……. 희망 보인다. “

이번 주 휴람 의료정보에서는 휴람 의료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 외과 이승은교수의 도움을 받아 췌장암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췌장은 상복부 중앙, 명치 바로 아래에 있으며, 정면에서 봤을 때 위(胃)의 뒤쪽, 등에 가깝게 매우 깊숙이 위치했다. 기능은 크게 외분비 기능과 내분비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분비 기능이란 소화를 돕는 소화액을 분비하는 기능이며, 내분비 기능은 당뇨병 발생과 관련 있는 인슐린, 글루카곤과 같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을 뜻한다.

췌장암의 종류는?

췌장에 생긴 모든 종양을 ‘췌장암’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췌장암은 췌관에서 발생하는 선암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체 췌장암의 85~90%를 차지한다. 이외에 10% 정도는 췌관 선암이 아닌 낭종성 종양, 내분비 종양으로 인한 췌장암이다. 후자의 경우 췌관 선암에 비해서는 예후가 좋은 편으로 알려졌다. 매스컴 등을 통해 소개되곤 하는 예후가 좋았던 췌장암 환자 사례는 췌관 선암이 아닐 수 있다.

췌장암 위험인자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위험인자가 있다. 첫째는 흡연이다. 흡연을 할 경우 발생 위험이 2~3배 증가한다. 흡연은 췌장암뿐 아니라 모든 암의 중요한 위험인자기도 하다. 금연을 하더라도 최소 10년 정도 유지해야 일반인과 비슷한 유병률을 보일 수 있다.

두 번째는 당뇨병이다. 당뇨병과 췌장암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50세 이상 성인이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험도가 높다고 봐야 한다. 만성 췌장염 역시 주요 위험인자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서양에 비해 만성췌장염 환자가 적어 위험성이 강조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생활패턴 변화와 함께 환자 수가 늘면서 만성췌장염 검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

음주는 만성췌장염의 주요 원인으로, 과음 역시 결과적으로는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밖에 나이와 비만, 식습관, 화학물질 등도 영향을 미친다. 췌장암의 경우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률이 증가하며, 연구결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비만한 경우에도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과도한 육류·탄수화물 섭취, 과다한 열량 등은 췌장암의 원인이 되는 반면, 채소류, 비타민 등은 췌장암의 빈도를 낮추는 것으로 보고된다.

췌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5년 생존율이 낮은데?

췌장암은 우리나라에서 5년 생존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진 폐암, 간암, 담낭·담도암보다도 생존률이 낮을 만큼 예후가 좋지 않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의 경우 8%대에 불과했다. 이 당시 췌장암 환자 100명 중 8명 정도만 5년 이상 생존했다는 뜻이다. 췌장암 특성상 특이적 증상이 없기 때문으로, 췌장은 몸의 중앙에 위치했지만 등에 가깝고 위가 췌장 앞을 가리고 있어 통증이 발생할 만한 크기가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췌장암 진단을 위해서는 CT, MRI 촬영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일반건강검진에 복부 CT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깊숙이 위치한 췌장을 정확히 검사하기는 어렵다. 다만 2015~2019년에는 5년 생존률이 5%가량 증가하며 13%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들어 췌장암 치료에 나타난 여러 변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치료들이 시행되나?

진행시기에 따라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치료, 증상치료 등 치료법이 결정된다. 종양이 췌장 내에 국한돼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면 즉시 수술하고, 수술 후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를 한다. 항암치료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일정한 주기로 경구나 혈관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수술적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약제의 병합요법을 통해 치료 효과가 점차 향상되고 있다. 최근 폴피리녹스나 젬시타빈·아브락산 병합요법이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종양이 주변 혈관들과 맞닿아 깨끗하게 절제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경계성 종양), 수술 전 선행 항암치료로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견 당시부터 종양이 혈관을 침투해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또한 선행항암치료 후 절제가 가능해져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암이 상당 부분 진행돼 발견하더라도 치료를 포기해선 안 된다.

수술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수술 방법은 암의 위치나 크기를 고려해 결정한다. 췌장은 복부 중앙에 위치해 머리와 끝 부분이 좌·우로 길게 뻗어 있으며, 종양 역시 장기 머리, 몸통, 끝 부분에 발생할 수 있다. 췌장 머리 부분에 종양이 생길 경우, 해당 부위를 감싸고 있는 십이지장과 해당 부위를 뚫고 십이지장으로 들어가 있는 담낭·담도를 모두 절제해야 한다(췌십이지장 절제술). 반면 췌장 몸통이나 끝 부분은 주변에 연결된 장기가 없어, 췌장과 췌장에 붙어있는 비장 부분만 함께 절제하는 ‘췌미부절제술’을 실시한다. 항암치료가 췌장암 생존률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은 맞지만, 완치를 위해서는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

최근 췌장암 치료 트렌드는?

과거에는 췌장암에 대한 적절한 항암제가 없다보니 환자 중 80%가 5년 내 다른 장기에 암이 재발할 만큼 수술 후 재발률이 높았다. 재발 환자 중 절반 정도는 1~2년 내에 암이 조기 재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항암제 병합요법이 개발되면서 치료 결과가 좋아졌고, 경계성 종양에 대해서도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이 가능해졌다. 현재는 항암치료 없이 절제 가능한 췌장암 또한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할 경우 조기 재발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라서는 절제 가능한 췌장암에서도 선행항암치료 후 수술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췌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아직까지 췌장암의 뚜렷한 예방법이나 권고되는 기준은 없다. 그러나 위험인자 중 관리가 가능한 인자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면 췌장암 발생 위험도를 현저하게 줄일 수는 있다. 금연과 금주·절주는 기본이며, 다이어트,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는 사람, 만성췌장염 환자, 50세 이후 당뇨병이 생긴 환자 등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최소 1년에 한 번씩 복부 CT를 받는 게 좋다.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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