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일의 성군, 세종대왕의 건강을 위협한 ‘대상포진’
이번 주 휴람 의료정보에서는 세종대왕도 통증으로 힘들어 했던 대상포진에 대해 휴람 의료네트워크 중앙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신화용교수와 정혜선 임상조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훈민정음’을 비롯해 수많은 업적을 세우며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인물, 세종대왕. 조선의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 훌륭한 치적을 쌓아 올렸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가지 약점이 있었다. 바로 평생토록 갖은 질환을 앓았다는 것. 비만, 당뇨, 관절염과 같은 대사질환은 물론이고 만성두통과 안질환까지 겪었다고 한다. 세종실록에는 세종이 호소했다는 내용만 약 50회가량 등장할 정도다.
“조금이라도 말하거나 움직이거나 감정이 바뀌면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나타났다.”
세종은 대상포진을 앓기도 했다. 세종실록에는 세종이 임질(성병)을 앓았다는 대목이 나오지만 현대 의료진들이 기록을 분석한 결과, 임질이 아닌 대상포진일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기록 에 따르면 세종의 피부에는 물방울 비슷한 것들이 생겨났고(淋) 신경통(疾) 증상을 호소했기 때문에 임질(淋疾)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한다. 세종은 과로한 탓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대상포진에 걸렸고 포진 후 신경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통증을 앓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이 집무를 보려고 애 썼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만약 발전된 현대의술로 세종대왕의 대상포진과 이후에 따랐던 신경통을 치료할 수 있었다면 더 많은 업적을 세울 수 있지 않았을까? 중앙대학교병원 명의들이 세종대왕을 치료 한다면 어떤 솔루션을 줄 수 있을까?
명의의 처방
환자명 : 이도(세종대왕)
(1397~1450)
직업 : 조선 제4대 왕
병명 : 대상포진
몰래 숨어있는 잠복질환 ‘대상포진’, 그 원인은?
대상포진은 보통 어릴 적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재활성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재활성화’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항암, 면역억제제 투약, 스트레스 등과 같이 면역력이 떨어질 때 발병한다.
감기로 오해할 수 있는 대상포진 초기 증상
대상포진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된 신경절이 관장하는 특정 피부 부위를 따라 통증과 발진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가장 먼저 발생하는 증상은 ‘통증’이다. 초기에는 간지럽거나 몸살 기운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 된다. 점차 특정 부위가 따끔거리고 화끈거리며 찌르는 듯 한 양상의 통증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옷깃만 스쳐도 견딜 수 없다고 한다. 이후 피부는 붉은 발진 및 수포가 동반되었다가 농포, 가피(딱지)가 되어 점차 사라지게 되며 평균 발진 기간은 약 2~3주 정도이다. 보통 한쪽에만 발생하는 일측성으로 나타나고 가슴이나 등, 얼굴 순으로 많이 나타 난다.
치료 방법 및 조기 치료의 중요성
대상포진 치료 자체를 간단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 감염의 문제이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대상포진의 치료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통증과 피부발진이란 증상을 가지고 환자들이 바로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항바이러스제는 피부 발진이 생긴 후 72시간 이내에 투여되어야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투약이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 부위의 통증 이나 피부 증상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가봐야 한다. 또한 대상포진의 치료는 대상포진 바이러스 자체의 치료보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넘어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후에 발생하는 만성통증으로 정의되는데, 감염되었던 신경에 이상이 생겨 지속적으로 해당 부위에 통증을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 인 통증으로 우울증, 수면장애가 동반되기도 하며 이로 인해 직업적, 사회적 곤란을 겪으며 삶의 질이 저하된다. 고령의 경우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많게는 75%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며 보통 통증이 3개월 정도 지속되는 경우 진단을 내리게 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아직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조기 진단을 통한 항바이러스제의 빠른 투약과 해당 신경에 대한 신경근차단 및 교감신경차단과 같은 시술적 치료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절한 시술을 위해서는 침범된 신경이 정확히 몇 번 신경인지 파악할 수 있고, 해당 신경에 접근하는 안전한 방법을 잘 아는 통증 임상의 진료를 받기를 권고한다. 또한 여러 연구를 통해 승인된 통증 조절제인 항경련제, 국소마취성분의 패치, 캡사이신 연고 등을 통해서도 조절할 수 있고 50세 이상에서는 대상포진 예방접종도 권고되고 있다.
WRITE. 마취통증의학과 신화용 교수·정혜선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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